'2024/03/01'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4.03.01 삼일절 만화 픽

삼일절 만화 픽

2024. 3. 1. 23:18 from 잉망진창


맨발의 겐

내용은 궁금한데 계속 미루다가
이번에 드디어 사봄

1945년 히로시마 원폭 전후 내용을 담은
반전주의 만화임




1. 1권에선 2차세계대전 시기 반전주의자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비국민이라고 불리며
따돌림 당하는 주인공의 가족들,
리틀보이가 떨어진 직후까지의 내용을 다룸




2. 2권 이후부터는 초토화 된 히로시마와
살아남긴 했으나
비까(원폭, ピカドン에서 따온듯) 맞았다며
차별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식으로 진행함




3. 작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일본만화로선 드물게 자국민을 포함한
전쟁 관련 모든 부조리를 비판하고 있단 점임

천황이나 직접적으로 전쟁에 가담한 전범인물,
미국을 필두로 한 연합국 군 뿐 아니라

전쟁으로 배 불린 놈들,
그리고 간접적으로 전쟁에 찬동한 여성들까지도
전쟁의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옴




4. 딱히 권선징악이 없어서(시발)

전쟁 중엔 군국주의 외치며
반전주의인 주인공 가족 괴롭혔던 놈도

패전 후에 '사실 나는 전쟁 반대했었다?' 하며
이미지메이킹 하고 잘만 산다.

고증입니까?
고증이겠죠...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나며 삼중의 고통을 겪게 된다. 시발!


5. 조선인 캐릭터인 '박씨'는
피해자이자, 주인공의 조력자로 등장하는데

'잉잉 일본은 원폭의 피해자예요'
하는 좆패고 싶은 보편적 일본 스탠스와 달리

이 캐릭터를 통해
강제로 징용당하고 원폭 피해까지 입은
조선인들의 이야기도 짚고 넘어감
(참고로 작가가 어린 시절 동갑내기 조선인과
이웃사촌으로 자랐다고 함)



글고 한국전쟁으로 전후 일본경제 재건한 것도 언급됨



6. 개인적으로 웃으면 안 되는데
실소가 나왔던 장면으론


어머니는 강하다 (물리)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람을 다치게 해선 안 돼!'
를 뺨때리기로 알려주시고 나선
잘 싸웠다고 칭찬해주시는 어머니

뭐라 할 말이 없네....



7. 이런 어머니의 훈육 때문인지
주인공인 겐 또한
원폭 후유증으로 삶의 의지를 잃은 사람들을
뺨 때리기나 몽둥이로 타이르는 아이로 자람;

어머니는 다치게 해선 안된다고 하셨지
뺨을 때리지 말라곤 안하셨다.




8. 심지어 어머니가 피폭으로 쓰러졌는데
삶을 포기하는 발언을 하자
와병중인 어머니 뺨도 갈겨버린다.

어머니는 다치게 해선 안된다고 하셨지
뺨을 때리지 말라곤 안하셨다..




아빠! 근데 보리를 너무 많이 밟는거 같아요! 시발!!!

황무지에게도 희망을


9. 하여튼 손은 좀 자주 올리지만
작품 속 주인공은 어려서 눈치가 없을지언정
항상 밝고 꿋꿋한 캐릭터이나...




이 내용들이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했다는걸 염두하고 보면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읽혀짐

대체 얼마나 패고 싶은 놈이 많은 인생이었을까?

인간 혐오가 자동 패시브 스킬로
장착 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았는데..

이렇게 밝은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려낸게
대단할 따름입니다



10. 좀 신경쓰이는건
폭력은 안된다고 작중에서 이야기 하지만
주인공의 분쟁 해결 방식이 대체로 주먹;;이라서
비폭력을 외치면서 be폭력 함..

혹시 일본에선 폭력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로 통용되나? 하는 생각을 함
(물론 혼란스러운 시국이고
주인공이 어리기 때문에 이해가 안 되는건 아님)





11. 마지막은 좀 당황스러웠음

살인을 저지른(심지어 초범도 아님) 애를 두고

천황도 죗값을 안 치룬 마당에
전쟁의 피해자이며,
전쟁 때문에 살인자가 되도록 내몰린 사람이
형무소에 가는건 말이 안된다 라는 논리로
애를 도피하게 하는데..

이게 참 궤변이다 싶으면서도
앞선 온갖 한 많은 기구한 이야기들 때문에
'너네... 에휴, 됐다.' 하고 넘어감





+) 여담으로 내가 어릴 때
'핵폭발 뒤 최후의 아이들' 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핵으로 부모를 잃고 장애를 입은 아이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핵까지 떨어지게 만들었다며
전쟁을 막지 못한 어른들을
경멸하고 배척하는 장면이었음

그 때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어른이 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게
두렵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만화를 읽으면서
아이들한테 부끄럽지 않은
그런 어른이 되어야겠단 생각을
다시금 합니다..

Posted by 잉망진창 :